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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송대관의 전망 감싸안은 남산집
“난 전형적인 촌놈, 시골 사람이잖어~”라던 그의 전원적 취향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어려웠던 시절 집의 터를 잡아 놓고도 건물을 올리지 못할 때 히트곡‘네박자’ 덕 에 한 층, 한 층 2년에 걸쳐 올렸다는 그의 집. “집 안의 풀 한 포기까지 얼굴 모르는 놈이 없다”고 말할 정도로 곳곳에 손길이 닿아 있는 그만의 사적인 공간과 본지에 처음으로 공개한다는 가족들과의 일상. 1층 거실에서 내다본 정원 - 길 가에 위치한 그의 집은 대문 밖에서도 거실 안이 들여다보일 수 있는 구조. 커튼이나 블라인드로 창문을 가리지 않고 딱 사람 키만큼 올라오는 아담한 소나무를 심어 내부를 적당히 가리면서도 늘 정원의 녹음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1. 석류나무가 예쁜 정원 - 건축과 교수가 설계한 지하 1층, 지상 3층의 그의 집. 사진 왼편의 빨간 꽃을 피운 나무는, “석류꽃이 지금 가장 예쁘게 피었어, 나무 꼭 예쁘게 찍어줘”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을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는 석류나무다. ‘백두’‘한라’라는 이름의 두 마리 진돗개는 8년 전 당시 진도 군수에게 선물받아 지금껏 동고동락하고 있다. 2. 지하 1층, 뒤뜰에 위치한 그만의 텃밭 - ‘촌사람’을 자처하는 그가 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중 하나. 고추, 상추, 치커리등이 가지런히 줄 맞춰 심어져 있다. 그의 집에 상비한 호미, 낫 등의 농기구들에는 그의 손때가 묻어 있다. 남산 위에 푸른 집을 손수 짓기까지 지하 1층의 모던한 거실에서 아 내(이정심)와 미국에서 돌아온 둘째 아들(송진석)과 함께 오랜만에 티타임을 즐기고 있는 송대관 가족. 지하 1층은 1,2층과 별도로 큰아들이 장가가면 내줄 수 있도록 침실과 거실, 간이 주방, 욕실 등을 설계했다. 모던하게 꾸민 아래층 거실에서 아내와 둘째 아들은 주로 컴퓨터를 하거나 TV를 보고, 그는 왼편으로 보이는 문을 열고 나가 텃밭을 가꾼다. 네박자가 울릴 때마다 한 층씩 올린 집 남산과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그의 집은 법원 경매로 구입한 건물을 완전히 부수고 그의 가족 구성원과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새롭게 지은 4층짜리 단독 주택이다. “IMF 때 손해를 많이 봐서 조금 힘들었거든요. 그 즈음 아내가 경매로 30년 된 음식점 건물을 사서 이렇게 집을 지었죠. 처음에 집을 짓기 시작하는데 참 막막하더군요. 아는 건축과 교수에게 부탁해 설계는 했는데, 기초 공사를 마치고 나머지 건물을 올릴 비용이 부족한 거예요. 게다가 선금을 받은 공사업자가 부도 를 내고 도망 가는 바람에 돈이 두 배로 들 상황이었죠. 이렇게 힘들 때 딱 ‘네박자’가 저를 도와줬어요. ‘쿵짝 쿵짝 쿵짜작 쿵짝’ 멜로디가 울릴 때마다 집이 조금씩 올 라갔죠.” 일단 1층이 먼저 완공됐을 때 바람만 안 들어오게 막은 다음 전기 담요를 가져다 놓고, 그는 부인과 먼저 이 집에 들어와 살았다. 시멘트 위에 마사토를 얹어 직접 정원을 만든 후 소나무, 철쭉, 감나무, 살구나무 등을 한 그루씩 옮겨와 심고, 페인트칠 등 집 안 곳곳의 마무리도 송대관이 직접 도왔다. 때문에 이 집의 문고리 하나, 풀포기 하나까지 다 특별하다. 자식을 낳아 키우는 심정으로 집 전체를 완성했으니 송대관 부부에게 이 집은 두 부부의 정성이 빚어낸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털털함이 TV 속 모습 그대로 촬영 전 기자가 그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저녁 지방 공연을 앞두고 잠시 집에 머무르던 중이었다. 인사를 위해 2층 방에서 내려오는 그는 편안한 러닝셔츠 차림이었 는데, 그 모습이 당황스럽지 않고 오히려 첫 대면의 어색함을 싹 사라지게 할 정도로 푸근하기 그지없었다. 소파에 앉자 기자에게는 주스를 권하면서 “여보, 나는 봉 다리 커피(인스턴트) 한 잔 타줘”라고 말하는 모습 또한 소탈했다. “남편은 전라도 정읍 출신이에요. 전형적인 시골 사람이죠. 음식도 아주 토속적인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뒤뜰에 텃밭을 가꾸고, 거기서 직접 딴 채소들로 식사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죠. 김치도 식탁에서 떨어지면 안 돼요. 때문에 100포기씩 김장을 해서 항아리에 묻어두고 일년 내내 먹곤 하죠.” 남편만큼이나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활달한 성격의 아내 이정심씨는 이화여대 무용과 출신으로 송대관과 결혼해 아들 둘을 낳고 꽤 오랫동안 전업 주부로 지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크고, 남편이 가수 활동을 위해 한국에 들어갔을 무렵에는 미국에 남아 공인 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해, 공인 중 개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또 몇 년 전부터는 전공을 살려 수원여대 무용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집 언덕배기에 위치한 그의 집은, 바람이나 지진 등에 안전하도록 콘크리트 비율을 달리해 견고하게 지어졌다. 또한 대부분의 공간에 붙박이장으로 수납 공간을 만들어 침대, 식탁 등 꼭 필요한 가구만 남기고 가급적 가구도 최소화했다. 벽지 바르는 것도 싫어해 모든 벽을 페인트로 마감했다. “난 이 집이 참 좋아. 창문을 열어 놓으면 맞바람이 불어 얼마나 시원한지 몰라. 7년간 한 번도 에어컨을 안 틀었으니까(이 집의 에어컨은 이제 앤티크가 되어버린, 먼지 앉은 ‘골드스타’였다). 전망은 말할 것 도 없고. 강남, 강북이 다 가깝고, 지방에 다녀올 때도 고속도로에서 한남대교만 넘으면 되니 위치도 딱 좋지.” 집에 대한 애착이 유별난 그는 지방 공연 스케줄이 많 더라도 꼭 집에 와서 몇 시간이라도 보내고 간단다. 아무리 먼 곳에 갔더라도 차는 따로 올려보내고 그는 비행기를 타고 올라와서라도 집에 들를 정도. “난 있을 게 다 제 위치에 있어야 하거든. 다 그 자리에 있는지 체크하러 들어오는 거지.” 스치는 듯한 농담 속에, 늘 가정을 살피는 그의 자상한 일면이 엿보인다. 3. 1층 메인 거실 - 현 관으로 들어가면 오른편으로 넓은 메인 거실이 펼쳐진다. 컬러풀한 원목 바닥은 송대관의 아내가 논현동 자재 시장에서 직접 고른 것. 오랫동안 사용했던 블랙 가죽 소파와 중국 앤티크 가구들을 믹스매치해 전체적으로 퓨전 오리엔탈적 분위기를 연출했다. 4. 2층에 위치한 부부 침실 - 2층에는 침실과 드레스 룸, 부부 욕실로 구성된 부부만의 사적인 공간이다. 킹사이즈 침대는 아내의 후배가 모델 하우스에 전 시했던 제품을 공짜로 얻어온 것. 광택이 도는 골드 실크에 블랙 레이스로 장식된 침구는 침실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연출해준다. 침대에 누워서도 창밖으로 나무들이 보이도록 설계된 구조. 아내가 생각하는 남편, 남편이 생각하는 아내 결혼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이들 부부는 티격태격하면서 대화하는 모습이 20대 신혼부부들처럼 활력 있다. 송대관이 “저 사람 건달이지 뭐, 건달. 살림은 다 내가 해” 라며 아내를 공격하자, “여보, 자기 오늘 왜 그래, 정말?”하며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오히려 정겹다. 이렇게 아옹다옹하면서 아내는 외출 채비를 마치고 지방 공연 가 는 남편을 따라 나선다. 30년을 해로한 이들 부부의 티격태격은 날이 선 싸움이 아니라, 부부의 또 다른 사랑법이다. 송대관이 잠시 밖에 있을 때에 살짝 그에 대해 물 었다. 30년간 옆에서 지켜본 남편은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제 남편은 아주 인간적인 남자예요. 정 많고, 자상하죠. 아픈 사람, 안된 사람 못보고, 강한 사람에게는 강 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한 정의파죠. 집안의 장손으로 조카의 애들까지 돌봐주고 신경 써주는 모습이며 주변 사람들 챙겨주는 모습을 보면, 이런 성품 때문에 지금껏 유지되는구나 싶어요.” 아내의 진심 어린 말투에서 남편이 그녀에게 쌓아온 신뢰가 느껴진다. 이번엔 송대관에게 물었다. 30년을 함께한 아내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점이 살면서 가장 고마웠냐고.“아내는 결단력도 있고, 과감하기도 한 사람이에요. 제가 오히려 정도 많고 나약한 면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집사람이 다 커버해 주죠. 집안의 맏며느리로 조카의 아이들까지 부족함 없이 챙겨주는 부분은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또 부부간의 사소한 감정 처리 문제는 속으로 감춰 버리죠. 그래서 크게 싸움 할 일이 없어요. 속이 너무 넓은 사람입니다. 통이 크죠. 통이 커도 너무 커서 걱정일 정도로요.” 그의 아내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깊이 역시 만만치 않다. 5. 드레스 룸_그의 집 에는 장롱이 하나도 없다. 모든 방과 공간에 붙박이장을 짜 넣었기 때문. 긴 두 줄 드레스 룸에는 그의 무대의상, 모자, 티셔츠, 바지, 벨트 등이 가지런하게 수납되어 있다. 6. 부부 욕실_욕실에도 채광을 의해 창을 냈다. 작은 사각형의 블록 유리는 빛을 굴절시켜 늘 적당한 채도를 유지시켜주며, 햇빛을 투과해 욕실 건조까지 시 켜준다. 7. 넥타이 수납대_워 낙 넥타이를 좋아해, 넘치는 넥타이를 수납하기 위에 붙박이 장 한 칸을 아예 넥타이 수납대로 만들었다. 8. 3층 서재 및 트로피 룸_3층은 그가 지금껏 받았던 수많은 트로피와 책, 운동기구 등을 놓아두는 공간. 예전에 한 방송국에서 만들어준 실물 크기의 사진 이 재미나다. 남산이 대형 스크린처럼 펼쳐진 가족들만의 아지트 서울시내 어느 곳에서, 이렇게 마음껏 남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을까.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이, 가족들은 늘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를 사는 느낌이라고. “남산 아 래의 전망이 다 내 것 같다”라는 송대관의 말이 적극 공감되는 공간이다. 부엌 옆쪽 테라스에는 고급스런 철제 테이블과 의자를 놓아 마치 전망 좋은 야외 카페 같은 공간을 꾸며놓았는데, 송대관 부부는 이곳에서 자주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 전에 귀국한 둘째 아들까지 합류하니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 는다. 수십 종의 와인을 갖추고 있는 와인 마니아 송대관은 특히 노을이 지고, 어슴푸레하게 어둠이 내려앉으면 이곳에서 가족들과 와인을 마시며 경치 감상하는 것 을 가장 좋아한다고. 가족이 있어 더 행복한 스위트 홈 거실과 연결된 모던한 부엌 - 장식장 하나, 액자 하나 없이 심플한 8인용 식탁이지만, 창밖을 바라보면서 식사를 하면 마치 숲 속에서 밥을 먹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식탁 위에는 풍성한 수국 꽃꽂 이를 두어 내추럴하면서 멋스러운 공간을 연출했다. 수국 꽃꽂이는 이정심씨와 오랜 친분이 있는 ‘이숙진’씨의 작품. 요즘 그의 집은 더 활기가 넘친다. 미국에서 건축공학 공부를 마친 둘째 아들이 얼마 전에 영구 귀국해서 함께 살게 됐기 때문.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회계사 시험을 준비 중인 큰아들만 합치면 온 가족이 한집에 모이는 셈이다. 그는 언젠가 이 집에 가족들이 함께 모일 날을 꿈꾼다. 1층과 지하 1층 사이에 문을 달아 공간을 분리시킬 수 있도록 한 것도 훗날을 위한 준비인 셈. “대사관 건물로 좋겠다며 팔으라고 많이 찾아오는데, 난 절대 안하지. 일단은 가족들이랑 잘 살아야 하고, 나중에 인기 떨어져서 오라는 데 없으면 여기에 파라솔이랑 카페 의자 들여 놓고 카페나 차리지, 뭐. ‘송가네’ 이런 간판 하나 붙이면 되는 거 아녀?” 에디터의 귀에는 그의 한 마디 한마디가 재밌다. 그의 가족들과 하루를 지내보니, 분위기가 참 편안하고 화목하다. ‘가화만사성’이란 말도 있듯이, 오늘의 송대관의 위치는 이런 가족의 편안함 과 행복이 바탕이 되었으리라. 인터뷰와 촬영을 정리할 즈음에, 스태프 중 한 명이 그에게로 가서 “저희 어머님이 팬이에요”라며 말을 붙였다. 그는 “아주 훌륭한 부모님을 두셨구먼~”이라며 기분 좋게 본인의 CD에 사인을 해 선물했다. 그 사인 문구는 ‘쨍하고 해뜨세요.’ 에디터는 웃음부터 났다. 본인 노래 홍보와 함께 상대방에게 건넬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 아닌가. 삶에 해학이 있고, 웃음이 있고, 푸근함이 녹아 있는 송대관. 그의 집을 돌아 나오는 기분이 먼 시골집에 다녀오는 딱 그런 느낌이었다. 다음번에 근처에 갈 일이 있으면 들러 밥 한 끼 얻어먹고 싶어지는, 그래도 전혀 미안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훈훈함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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