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흑백 영화엔 항상 그런 장면이 나왔다. 피부가 크림처럼 고운 여주인공이 희디흰 욕조에 비누 거품을 잔뜩 풀어놓고 한가로이 목욕을 즐긴다. 그러다 남자 주인공이 잘못 문을 열고 들어오면 화들짝 놀라며 거품으로 몸을 가린다.욕조는 그런 식의 아련한 낭만을 품고 있었다. 따뜻한 물, 천천히 피어오르는 수증기,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비누 냄새.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멀쩡히 잘 있는 욕조를 떼어내기 시작했다.안 그래도 좁은 욕실이 더 답답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현실 속의 욕조는 영화 속 그것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닦아도 닦아도 때가 지지 않아 욕실을 청소할 때마다 한숨만 쉬게 만드는 애물단지였다. 그런 욕조가 다시 빛을 보는 시대가 왔다. 잘 먹고 잘사는 것, 그리고 아늑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