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여진 기자 / 글·김유림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탤런트 조은숙이 얼마 전 만삭의 몸을 이끌고 이사를 했다. 환경호르몬이 걱정돼 인테리어 공사도 하지 않고 오로지 올 2월 태어날 첫아기만을 생각해 꾸몄다는 조은숙·박덕균 부부의 친환경 집을 소개한다. |
지난해 11월 결혼 1주년을 맞은 탤런트 조은숙(34)·박덕균(34) 부부가 2월이면 엄마 아빠가 된다. 임신 막달에 접어든 조은숙은 요즘에서야 엄마가 된다는 사실이 조금씩 실감난다고 말한다. 얼마 전 경기도 남양주시 덕소에 있는 전원주택에서 인근 아파트로 이사한 것도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고. 아담하고 카페처럼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예전 집이 마음에 들었지만 막상 겨울이 돼 위풍이 심해지자 산모와 아이 모두 생활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이사를 단행했다.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보기에 예쁜 집보다 ‘살기에 편한 집’으로 포인트를 맞춰 거실과 침실을 꾸몄다. 거실의 노란색 가죽소파는 일반 소파에 비해 다소 낮은 편인데, TV 보며 누워 있기에 좋다고. 침실에는 돌침대를 놓았고, 침구류와 베드 벤치의 색상을 바이올렛으로 맞춰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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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수록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이사 오면서 환경호르몬 걱정 때문에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았죠. 아기방도 따로 꾸미지 않을 생각이에요. 어차피 태어나면 한동안은 엄마랑 지내야 하니까 안방에 아기 침대만 하나 들여놓으려고요.”
무거운 몸으로 이사를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는 그는 못질하는 것부터 전선 설치하는 것까지 남편의 도움 없이 혼자 처리했다. 밤늦게 들어와 피곤한 남편에게 일일이 부탁하기가 미안했다는 것. 하지만 이내 “사실 남편한테 시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며 웃었다.
그가 이사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쓴 곳은 바로 서재. 갈색 원목으로 된 책장과 책상이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고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방안 가득 생기를 불어넣는다.
“서재는 온전히 남편을 위한 거예요. 예전 집에도 서재가 있긴 했지만, 제가 그림 그리는 작업실로 주로 이용했기 때문에 방안 여기저기에 물감과 팔레트가 널려 있기 일쑤였거든요.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기에 남편을 위해 제대로 된 서재를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현재 모든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태교에 전념하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많이 놀랐다고 한다. 신혼 초부터 두 사람 모두 정신없이 바빴기 때문에 뜻밖이었던 것. 그는 “하늘의 별을 언제 땄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까르르 웃었다. 당시 작품 세 편에 한꺼번에 캐스팅돼 있던 그는 아이 때문에 일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고. 그는 잠시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연기를 할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제작진에 대한 도리가 아닐 것 같아 이내 생각을 접었다.
임신에 대한 상식이 전혀 없었던 그는 임신 초기에 큰 실수를 했다고 한다. 배가 나와 보이는 게 싫어 며칠 동안 코르셋을 입었다가 하혈을 한 것. 다행히 태아에는 이상이 없었고, 산부인과 의사인 손위 동서의 도움으로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몸가짐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는 그는 “잠시였지만 아이보다 내 자신을 먼저 생각한 게 부끄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아이를 갖고 보니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 중에서 아이만큼 소중한 존재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새 생명의 잉태를 계기로 철없던 두 남녀가 진정한 어른이 되고, 온전한 가정을 이루게 되는 것 같아서요. 지금까지는 남편이나 저나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았다면 앞으로는 각자의 삶과 더불어 아이를 위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임신 후 입덧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다. 가리는 음식 없이 뭐든 잘 먹는데, 특히 임신 초기에는 평소 좋아하지 않던 토마토가 유독 당겨 집 근처 토마토 농장에서 한꺼번에 사다가 집에 쌓아놓고 먹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토마토에 들어 있는 엽산 성분이 임산부에게 좋다는 사실을 나중에 책을 보고 알았다고. 다른 산모들과 비교해 유달리 윗배가 볼록하게 나왔다는 그는 “어른들 말씀을 들어보면 딸인 것 같다”며 웃었다.
태몽은 그 자신이 직접 꿨다. 어느 날 집에 실뱀 한 마리가 들어와 깜짝 놀란 그가 남편에게 빨리 이사를 가자고 조르며 보니 남편 머리 위에 커다란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더라는 것.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는 평소와 달리 꿈이 선명해 태몽인 걸 알았다고 한다.
그만의 태교법은 기도와 산책이다. 결혼 후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남편을 따라 교회에 열심히 다니고 있는 그는 매일 남편과 함께 성경책을 읽는다고 한다. 성경을 읽은 뒤에는 남편이 그의 배에 손을 얹고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기도를 하는데 그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또 그는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집 근처 산에 자주 오르며 산책을 즐긴다. 그는 “아이들에게 자연만큼 좋은 친구가 없는 것 같다”며 “요즘 부모들은 영재교육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데, 우리 부부는 ‘아이는 아이답게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주의다. 공부도 좋지만 아이가 흙을 밟으며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자라면 좋겠다”고 말한다.
“아이 키우면서 많은 시행착오 겪겠지만 미리 두려워하진 않을래요”
두 사람은 얼마 전 결혼 1주년을 맞아 태국 푸껫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두 사람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는 그는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보니 남편에 대한 고마움이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결혼 전과 비교해 봤을 때 변한 게 없기 때문. 그는 밤늦게까지 고생하는 남편을 위해 식사라도 잘 챙겨주고 싶은데 남편의 귀가시간이 늦어 아쉬울 뿐이라고. 대신 그는 남편 아침 출근길에 도시락을 싸준다. 차로 이동하면서 먹을 수 있는 유부초밥이나 김밥, 주먹밥 등을 준비한다고.
“남편의 가장 큰 장점은 평온한 사람이라는 거예요. 큰 소리 한번 내는 법이 없고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 발생해도 주위 사람들은 전혀 눈치 못 채게 차분하게 처리하죠. 대신 한번 화가 나면 정말 무서워요. 그때 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아무 말 하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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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7일이 분만 예정일인 그는 출산 후 1년 정도는 육아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갓난아이일 때만큼은 남의 손에 맡기고 싶지 않다는 것. 어린 시절 맞벌이 부모 밑에서 자라 엄마의 손길이 많이 그리웠다는 그는 아이가 원할 때면 언제라도 함께 있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요즘 그는 ‘친구찾기’에 한창이다.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내던 친구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만나고 있는 것. 10년 넘게 연예인으로 살아오면서 일반인들과 다소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그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새롭게 인생을 배우는 기분이라고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롭더라도 불행한 친구가 있는가 하면, 가진 건 많지 않지만 남편이랑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사는 친구들도 많아요. 요즘 친구들 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걸 깨닫고 있어요. 과연 어떤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인가 하는 고민도 하게 되고요. 저 역시 앞으로 아이 키우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미리 두려워하진 않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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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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